
박두리展
하염없는 바깥
<하염없는 바깥>은 언어의 한계성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도 끝내 외 부로 나아가려는 부단한 시도를 누수로 인해 천장 텍스 타일이 무너진 개인적 경험 을 통해 풀어낸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축적되어 만든 틈과 침묵이 밀어낸 균열은 폐쇄된 세계를 형성해온 구조물을 붕괴시킨다. 주관적인 인식 속에서 형상화된 천장 텍스의 갈매기 무늬는 현실의 감각을 소환하는 상징적 통로로 작동한다. 오에 겐자 부로 (大江健三郎)의 『개인적인 체험』(1964)에서 주인공이 겪는 정신적 충격과 내면 의 균열, 그리고 그로 인해 갑작스럽게 열린 세계인식의 전환을 “그는 머릿속 어딘가 가 푹 꺼지고, 그 꺼진 자리에서 다른 빛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별들이 떨어지 는 듯한 그 이미지 앞에서 그는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라는 구절을 통해 표 현한다. 믿어 의심치 않던 것들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 은 시도때도없이 찾아온다. 천장 텍스 타일이 무너지고 작은 틈이 만들어낸 균열 속 에서 다른 빛이 쏟아지고 회피하거나 혹은 무관심했던 다른 세계가 문을 두드린다.
한지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화면과 겹쳐진 이미지들은 중첩을 통해 소멸을 보여 준다. 끊임없는 중첩 속에서 내부로 밀려들어가는 이미지들은 작가가 비유적 장치 로 실재를 다루는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천장 타일이 무너진 경험을 시발점으로 연속되는 씬(scene)들을 정리한다. 회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사는 하나의 유기체가 된 다. 이들은 모체에서 끊임없이 분화하고 확장되며 작가는 이 유기체적인 서사들을 스크립터 역할을 자처하며 회화로 기록한다. 스스로 성장하여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 되지 않고 접히고 쌓인 이미지들은 무너졌기에 열린 자리, 지워졌기에 남은 장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끝내, 내부의 침묵이 바깥을 열어젖히는 순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