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영(歡迎)할 수 없는 환영(幻影)
나의 작업은 불편한 감정기억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오랜 기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이주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기억’과 ‘불편한 감정’, 그리고 ‘존재’의 관계성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었던 과거 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로부터 기인한 것으로써 작업의 가공과정을 통해 형 성된 조형적 결과물인 ‘환영(幻影)’은 심리적 경계를 초월한다.
작업의 가공과정으로는 첫째는 감정기억의 형상을 수묵의 흩뿌림을 통해 ‘1차 그리기’로 나타내고, 둘째는 나의 그림을 스스로 오려내는 행위인 ‘2차 오리기’이며, 셋째는 오려낸 조각이 재가공되는 ‘3차 붙이기’로 진행된다. 이러한 제작과정은 불편한 감정기억이 끊임없이 떠올 려지는 자기반추(反芻)를 스스로 해소하고 정화하여 자신의 부정성을 제거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환영(歡迎)할 수 없는 환영(幻影)>전시는 오려진 울음조각들이 새로운 공간에 중첩되어 ‘심해(深海)’라는 비가시적 장소로 확장된 공간 을 보여준다. 여기서 조각들이 바다생물로 표상되어 ‘심해(深海)’ 속을 끝없이 헤엄치는 자신으로 비유한다. 상징하는 의미와 조합과정에서 생성된 바다생물이 곧 자기 해소된 ‘환영(幻影)’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추 된 감정기억을 드러내고 조각내는 행위는 자신의 심리적 오물 을 발설하고 정화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나의 환영(幻影)들은 결코 기쁘게 환영(歡迎)할 수 없다.
나는 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 감정을 존재의 시선으로 대면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괴로움을 작품창작 동인으로 삼는다. 이는 기 억을 그리는 예술적 표현이 예술가에 있어서 자기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고, 자신의 내재적 내러티브와 어울림을 통해 ‘나’라는 본질 적인 ‘자아’를 찾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