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깊어질 뿐 (벌거벗은 마음)
당시 나는 무방비 상태였어.
약한 것은 죄악이야. 약한 것은 엿 보고 엿듣고 악을 행하는 데 서슴이 없거든. 그 악함에 대항하는 나의 태도야. 그래. 볼 테면 보아라. 들을 테면 들어라. 다 봐라. 프로젝트 벌거벗은 마음은 몸부림치던 2014년부터 2024년 십 년간의 여정을 대변하는 작업이야. 유난히 더웠던 2015년 여름, 내 첫 레지던시였던 홍성레지던스프로그램(이응노의 집 실험용 레지던시) 작업 공간은 에어컨을 틀 수 없었어. 그리고 제공된 방은 너무 작았고 창문조차 없는 그야말로 관짝 같은 공간이었어. 나는, 망한 미용학원을 개조한 그 작업공간에서 다이소에서 파는 그늘막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잠을 잤어. 시장 상인들, 마을 주민들이 밤샘 작업 후 늦잠 자는 나를 구경하곤 했어. 처음엔 부랴부랴 일어났지. 하지만 어느새 내려 놓게 되더라. 그래 볼 테면 보아라. 벌거벗은 마음. 잃을 것도 없어. 지금도 난, 그래. 2024년. 내가 아는 대전 유일의 대안공간 공간오십오에서 8월 12일(오늘)~15일까지, 살 거야. 오늘은 바닥에 깔고 잘 돗자리도 샀어.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전화도 하고 할 거. 다 하려고. 보아라. 참, 벽에 걸린 그림들은 요즘 같은 어쩌면 내게 더욱 잔혹하게 더웠던 여름들에 그린 작업들이야. 딱 한 점이 겨울에 그린 그림이 있는데, 원리는 같아. 내 육신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을 잊지 않게 했거든. 내가 나일 수 있게 했거든. 그래서 그런 날씨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