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용

물과 대면하는 순간의 울림은 지속적이지 않다. 그것은 섬광처럼 왔다 간다. 그것은 또한 편집 이전의 문제다. 우리는 그 울림 속에서 사물과 자아(간)의 도취내지는 정체(congestion)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카오스이자 코스모스다. 분별과 교류가 동시에 일어나는 이른바 혼돈적 조화(Chaosmos)는 나(ego)와 물(matter) 사이의 간극과 정체가 모호해지는 순간에 일어난다.
마음은 자기로부터 생성되므로 자기와 사물이 일체되는 순간이라든지 자기를 잃는 순간은 마음의 작용이는 거리가 먼 것이다. 순전히 마음 이전의 눈으로부터 물러오는 의식(consciousness)의 정화다. 화가가 감지하는 이 울림의 순간에 자아(atman)는 해체된다. 혼돈의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 혼돈 속에서 상념(idea)은 없다. 상념은 혼히 분별자가 간섭하게 되지만, 혼돈의 의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학적 경계를 이룬다. 이미지는 불분명하지만 존재해야 하고, 메시지는 존재하지만 또한 불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