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이 (전북대학교)

물가에 서 있는 분홍 토끼는 나 자신이다. 토끼가 바라보는 물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상과 즐거움이 떠 있다. 나는 그것들을 바라볼 때 가장 '나'다워진다. 억누르지 않고 감정을 드라낼 때, 내 그림자는 파란색이 된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책 『이모의 꿈꾸는 집』이다. 이 책 속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감정을 꿈꿈 숨기고 사는 사람은 그림자가 색을 내지 못해 기분이 좋을 때만 그림자가 살을 내는 거야" 이 문장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평소 나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면 자연스러운 감정의 전달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그 순간의 나를 그리는 것이다. 화면 구성은 의도적으로 단순하게만 정리하되, 여백을 통해 시선이 본질적인 감정에 집중되도록 하고 싶었다. 이 작업은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보고 싶은 매체이며, 그 순간의 진심을 기록하기 위한 그림이다.